가정家庭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
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
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글/박목월-
(1916-1978)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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