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일요주간=이재윤 기자] 2017 2-24
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구상-
대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구문학관은 지난 22일 문학강연 프로그램 ‘일상과 동행’의 일환으로 기획전시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꽃자리 구상’과 연계한 특별강연을 마련했다. 이번 특별강연에는 시인 구상의 고명딸, 소설가 구자명 씨가 초대돼 아버지 구상에 대한 어린 시절 결핍의 기억에서부터 소설가로 등단한 이후 아버지와 같은 문단의 작가로서 바라보게 된 시인 구상에 대한 이해의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구자명 씨는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꽃자리 구상’展 서문을 통해 “스승처럼 생각하던 공초 오상순 시인의 평소 말씀에서 영감 받아 쓰신 ‘꽃자리’가 일러주듯 늘 반갑고, 고맙고, 기쁜 것은, 어떤 어려움이나 고통 속에서도 그저 눈빛과 마음만으로 통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순수한 정(情)이겠지요. 어떤 전략, 어떤 거래도 그것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가신 아버지 구상 시인이 그립습니다.”라며 회상했다.
소설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1985년 구상 시인의 서간집 ‘딸 자명에게 보내는 글발’의 답서로 2009년 ‘바늘구멍으로 걸어간 낙타’를 펴내기도 했는데, 이 책은 치열한 삶의 현장을 기록한 문화비평 에세이로, 그녀가 기억하는 아버지 구상 시인의 모습과 성장과정을 흥미진진하고 솔직하게 표현해, 아버지와 딸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의 글이지만 개인적 회상을 넘어 독자들을 색다른 성찰의 자리로 이끌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책에서 작가는 아버지 구상에 대해 “문학에 있어서는 피 말리는 정진으로, 수많은 지인들에게는 끊임없는 배려와 보살핌으로, 우주 만물의 섭리를 주관하시는 그 어떤 절대자에게는 나날의 진지한 기도로, 한군데도 버릴 구석 없이 보름달처럼 충만했다”고 회상하며 “꽉 찬 삶”을 영위하신 분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소녀 자명에게 아버지는 늘 결핍의 대상이었다. 한번 집을 나가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들어오지 않았고, 어쩌다 집에 들르는 날이면 지인들을 우르르 몰고 나타나 몇날 며칠을 퍼마시고 놀다 또 훌쩍 집을 나서는 아버지의 무책임, 의원을 하며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웠던 어머니에 대한 안쓰러움, 어린 아이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어른들의 세계였다.
그래서 어린 자명은 “아버지 같은 사람과는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런 자명에게 가장 힘든 기억은 아버지 구상과 함께 보낸 하와이에서의 시간이었다. 데면데면하기만 한 아버지 수발을 드는 것도 모자라, 아버지가 데리고 오는 손님들 수발까지 어린 자명에게는 힘들고 고단한 시간이었다.
어느덧 그 시절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넘어선 지금, 작가 구자명은 이제 아버지 구상의 삶과 문학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그 시절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삶은 “평생을 일관되게, 타협하지 않고 살아온 작가로서의 치열함”으로,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배려와 보살핌”으로, “꽉 찬 삶”이 되어 그녀 앞에 놓여 있었다.
구자명 작가는 아버지 구상의 시, ‘기도’를 낭송하며 강연을 끝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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