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상조
대학은
다르지만
아내와 나는
시인 구용 선생
제자다
결혼하고
한참 지난
어느 해
가을
선생댁에
문안차 함께 갔다가
뜻밖에 선물 받은
붓글씨
한 점
표구해서
걸라고 하셨으나
집구석 어딘가에
잘 모셔두고
덤불 같은
세월 잡고
허둥대느라
스무 몇 해
깜박 잊고
살았다
이따금
기억의 갈피를
뒤졌으나
번번이
찾지 못하고,
지난 여름
아내와 간월도에
가서 보았다
서녘 하늘에
지는 해가 수평선
지척에서 벌겋게 취해
무엇이 아쉬운 듯
주춤거릴 때
동녘 하늘엔
상현달이 뜨고
있었다
‘日月相照’
우리는
말없이 바위에
앉아
해와 달이
서로 비추는 금슬
그 명명한 만다라를
다시 읽었다
수묵 같은
어스름 엷게 번진
해변을
우리는
오랜만에
손을 잡고 걸었다
누군가
등 뒤에서
깔깔 웃었다
돌아다보니,
거나하신
노을이
‘차암 좋다,
좋아 보여!’
멀리서 연신
무릎을 치며
절묘한 丘庸體로
웃고 계셨다.
-임영조-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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