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숲

광릉숲

1

광릉숲 갔다

초저녁
제비꽃들이 하늘에
게보린처럼
떠 있었다

2

광릉숲 갔다

하늘이
배춧잎처럼,
배추줄기처럼
살아 있었다

3

광릉숲 갔다

비 그친 숲속
명주실오라기 같은
비의 자취를
좇고 있는

도마뱀에게
노루귀가
뛰어들었다

흙으로
변해가는 썩은 나무
밑둥치에서

약초 냄새가
창궐하고
있었다

4

광릉숲 또 갔다

냇가엔
게보린 같은
별들이 내려와
있었고

하늘엔
배추줄기 같은
색깔이 살아
있었다

젖은
덤불 속에서

얼굴 헹군
산나리꽃이
뜨겁게 달겨
들었다

그대에게
이런 걸 몇 재 지어
보내드리고
싶었다

-조정권 시인-
(1949-2017)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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