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직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김광섭-
(1904-1977)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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