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요할 때
가장 외로울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책을 연다.

밤하늘에서
별을 찾듯
책을 연다.

보석상자의
뚜껑을 열듯
조심스러이
연다.

가장
기쁠 때 내 영혼이
누군가의 선물을
기다리고

나와 같이
그 기쁨을 노래할
영혼의 친구들을

나의 행복을
미리 노래하고 갈
나의 친구들을

나의 행복을
미리 노래하고 간
나의 친구들을

거기서 만난다.

아,
가장 아름다운
영혼의 주택들아,

가장 높은
정신의 성(城) 들

그리고
가장 거룩한
그들의 일생은
거기에 묻혀있다.

나의 슬픔과
나의 괴롬과
나의 희망을

노래하여 주는


친구들의
썩지 않는 영혼을

나는 거기서 만난다.

그리고
힘주어 손을
잡는다.

-김현승-
(1913-1975)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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