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평화론
김치찌개
하나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
식구들의 모습 속에는
하루의 피곤과
침침한 불빛을 넘어서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 같은 것이 들어 있다
실한 비계 한 점
아들의 숟가락에
올려 주며
야근 준비는
다 되었니
어머니가 묻고
아버지가
고추잎을 닮은
딸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뭘 배웠지 그렇게 애기할 때
이 따뜻하고
푹신한 서정의 힘 앞에서
어둠은 우리들의
마음과 함께 흔들린다
이 소박한
한국의 저녁 시간이
우리는 좋다
거기에는
부패와 좌절과
거짓 화해와
광란하는 십자가와
덥석몰이를 당한
이웃의 신음이 없다
38선도 DMZ도
사령관도 친일파도
염병헐,
시래기 한 가닥만 못한
이데올로기의 끝없는
포성도 없다
식탁 위에
시든 김치
고추무릅 동치미
대접 하나
식구들은
눈과 가슴으로
오래 이야기하고
그러한 밤
십자가에 매달린
한 유대 사내의
웃는 얼굴이
점점 커지면서
끝내는 식구들의
웃는 얼굴과 겹쳐졌다
-글/곽재구-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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