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도 더위엔 수박이 된다

박수도 더위엔 수박이 된다

행사장은
시원하였다.

대상 시상인
그의 차례가
되자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박수 소리가
우레와
같다

박수?
칠월의 무더위
탓인가?

박수를 치는데
불현듯 불볕 원두막에
시뻘건 수박
속이라는
생각

출근길
운동 삼아
걸어서인가?

머리 한쪽이
휭하니 빈 듯
물개 박수의
율동처럼 흔들린다.

오늘은
태양의 황경(黃經)*의
각도가 120도나
되는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대서(大暑)
란다.

박수가 멎을 때쯤
쟁반 위에 수박씨
발라지듯

카메라 후레쉬
불빛이 발악한다.

행사가 끝나고
일어서는데

입 가득
빨간 수박
한 입씩 베어 문 듯

환하게 웃는
사람들의 입

그렇게
행사 내내
나는

물개 박수처럼
흔들리는
율동을
타고

시뻘건
수박 한 통을
먹었다.

아니
한 통의 박수를
쳤다.

밖의 일사량은
분당 1.94㎈나
되었다.

이런 날은
몇 분만 밖에
서 있어도

빨간
수박 속이
새하얗게

병원 침대로
바뀐단다.

-이영균-

* 황경(黃經); 춘분점으로부터 황도(黃道)를 따라
동쪽으로 잰 천체의 각거리(角距離)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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