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새는 집
슬레이트
지붕 위에서
못질을
했다
장마철 앞
임시로 덮어씌운
비닐을
벗기고
새 슬레이트에
탕탕 못을
박았다
못을 박는 동안은
아버지에게도
못이 박히고
있었겠지
사람들과의 악수를
가장 곤혹스러워했던
그
손아귀에도
못이 박혀들고
있었겠지
비가 새면
누이들과
함께
나는
세수대야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모아 못물을
만들었다
녹슨 빗방울
파고들던
방이
맑은 못이
될때까지
망치질 소리를
견디고 있었다
얘야,
지붕에 오를 땐
못자국을
밟거라
못이
없는 곳이 너를
지켜줄 것이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
지지대가 있던 자리
지지대 가슴을 파고든
못 끝을 아프게 물고
있던 자리
어디를
디뎌야 할지 몰라
어둥거리는 내게도
비가 새고
있었다
새는
빗소리
뾰족한 끝이
탕 탕 박혀들고
있었다
-손택수-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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