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빗속에서

어쩌다
국영방송,
TV화면 같은
곳에서

평양이나
개성 거리를
볼 때가 있다

월급봉투를
말아쥐고

소주 한잔 없이
13층 아파트 난간에
매달려 있는

불빛 한점을
올려다 볼 때가
있다

그림자가
몸을 덮치다

한꺼번에
어둠 속으로
쓰러지며

저를 버티는 시간

허구가
아파트 전체의
무게로

나를
가르치는 때가
있다

지금은
비가 내리고

전방위로
당당하게
빗소리가
울리고

평생을
임대한 아파트가
허공에 떠
흐르다

불시에
지워지고

번개 불빛에
문득 깨어나

나를 훔쳐보는

그 얼굴을
나는 안다

-박영근-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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