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장마

놋 세수대야 위로
뚝뚝 떨어지는
꽃잎

다알리아가
머리 속에서
폭발했다

핏줄 속을
소용돌이 치는
붉은 꽃잎

아버지
머리 위로
여름비가 흘러
내렸다

소용돌이치는
세월 위로 종일
비가 내렸다

나팔꽃은 벙어리

아무리 흔들어도
소리나지
않는

징소리에
잠을 깬 새벽

어머니
대를 잡고
떨고 계셨다

칼그림자
번뜩이며 떨어지는
마루 위 징징징
징소리

빗줄기를 감고
울려 퍼지고

물대접 속에
갇힌 식구들의
얼굴

어머니는
놋그릇을 챙겨
흙 속에
묻었다

어둠 속에서
푸른 녹은

불꽃처럼
일어나고

땅 속에서
불꽃은 불꽃을
끌어당기고

장마가 그친
수성천에는

흙탕물이
소리치며
흘러내렸다

장마 속
봉오리를 맺은
해바라기

여물어야 할
앞날이

까만 씨처럼
촘촘하게 박혀
들었다

긴긴 여름이
시작됐다

묵은 빨래를
널어 내는
장독대

어머니의
소금 그릇이

하얗게 빛이 났다

-장옥관-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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