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뼈로 져나른 약속

등뼈로 져나른 약속

어제로
추수도 다
끝냈겠다

햇볕도 실어
몇 만 길인가

볏섬을
져나르던
내 넓은
등판

뼈 속까지
쬐어서 스며서
달큰한
내음

동치미
국물 마시며
풀어내야지

고드름
매달리는
겨울 저녁

우리들의
깊은 사연
엮어내야지

푸른 하늘
저 하늘이
변치 않듯

등뼈로
져나른 약속

우리들의 겨울은
따뜻할 거야.

-정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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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First Loved Us

He First Loved Us

There is
no fear in
love.

But
perfect love
drives out
fear,

because
fear has to do with
punishment.

The
one
who fears
is not made
perfect in
love.

We love

because
he first
loved
us.

1John 4: 18-19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요한일서 4: 18-19

Holy BIBLE
New International Version (NIV)
성경/개역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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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분꽃

꽃속에
房을 들이고
살았으면

지붕이랑
창문에는
꽃등을 걸어
놓고

멀리서도
환했으면

꽃이 피면

스무 살 적
엄마랑 아버지랑
사는 저 환한

속을
다 보았으면

그 속에서
놀았으면

밤새 놀다가
그만 깜박 졸다
깨어나면

그렇게
까만 눈동자
아이 하나
생겼으면

-권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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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봄날

괴산 오일장
막걸리전에서

곤달걀
한 봉다리
사서 가는 부부의
눈에

봄볕이
말갛게 몸을
개킨다

날 벼린
낫 한 자루

빨래비누
두어 장

가뿐했던
나들이가
묵직해진다

이보오,
다음 장엔
경운기 몰고
옵시다

다리 건너
타박타박 발길로
돌아드는

11문 고무신
아래 냉이꽃
핀다

– 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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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implehearted

The Simplehearted

The LORD
protects
the simplehearted;

when
I was in
great need,
he saved
me.

Be
at rest
once more,

O my soul,
for the LORD
has been good
to you.

For you,
O LORD,
have delivered
my soul from
death,

my eyes
from tears,
my feet from
stumbling,

Psalm 116: 6-8

여호와께서는
어리석은(순수한) 자를
보존하시나니

내가
낮게 될 때에
나를 구원하셨도다

내 영혼아
네 평안함에
돌아갈지어다

여호와께서
너를 후대하심
이로다

주께서
내 영혼을
사망에서,

내 눈을
눈물에서,

내 발을
넘어짐에서
건지셨나이다

시편 116: 6-8

BIBLE/New International Version (NIV)
성경/개역개정

*침고
The simple hearted: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하고
순결한 마음을 가진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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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물소리

“그럼 저녁 6시
마로니에에서
보십시다”


퇴근 후
식어가는 찻잔을
앞에 두고

두 시간 여를
기다리다가

한 시간을
더 기다려보다가


어둠 속으로 나와
전철 타러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데

그 밤 어둠 속
마로니에 나무
밑에.

아!
이성선
시인이었다.


”조형이
마로니에라
하기에

이 나무 아래서
만나자
는 줄
알았지요.”

속초에서 예까지
짊어지고
온 몸이

계곡물소리를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

그 물소리가
나를 씻어주고
있었다.

그 밤,

몸은 내게
무슨 말을 전하려고
했을까

갯벌처럼
무겁게 누워

밤새도록
뒤척이다

그냥 간 
몸은.

-조정권 시인-
(1949-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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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숲

광릉숲

1

광릉숲 갔다

초저녁
제비꽃들이 하늘에
게보린처럼
떠 있었다

2

광릉숲 갔다

하늘이
배춧잎처럼,
배추줄기처럼
살아 있었다

3

광릉숲 갔다

비 그친 숲속
명주실오라기 같은
비의 자취를
좇고 있는

도마뱀에게
노루귀가
뛰어들었다

흙으로
변해가는 썩은 나무
밑둥치에서

약초 냄새가
창궐하고
있었다

4

광릉숲 또 갔다

냇가엔
게보린 같은
별들이 내려와
있었고

하늘엔
배추줄기 같은
색깔이 살아
있었다

젖은
덤불 속에서

얼굴 헹군
산나리꽃이
뜨겁게 달겨
들었다

그대에게
이런 걸 몇 재 지어
보내드리고
싶었다

-조정권 시인-
(1949-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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