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기도

나의
글에는
체면이 있고
두근거리는 심장이
있기를

날카로운 이와
뜨신 밥 한 공기가 든
글자의 눈물을
받아먹고

암호 같은
알곡으로
자라지
않기를

구름 사이를 지나는
웃음이었다가

수의처럼
정갈한 그늘이 되어
나의 농경지에
깔려있는
침묵은

풀 한 포기의
작은 마음이기를

맑은 물
한 사발에도
욕심은 상처가
되고

사라진 시간이
다시 생명으로
깨어나는

하루의
긴 그림자가
오밀조밀한
곳에서

나의 늙음은
가난한 문양으로
울창하기를

-손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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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에 온 전화

늦봄에 온 전화

언니 잘 살고 있어요?
잊힐 만하면 걸려오는 그녀 H는
국문과 출신의 고향 후배다
한 때 같이 시를 쓰고
밤늦도록 열정적으로 시를 이야기하던
인도풍의 얼굴을 한 여자애였다

부모 반대 무릅쓰고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도망치듯 사라졌던 그녀
남편 사업이 여러 번 실패하고
지금은 경기도 어디쯤 지하 단칸방에서
딸 둘과 남편과 개 한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일주일에 오일을 야채 트럭을 몰고
남편과 함께 아파트 상설시장을 돈다는 그녀

나도 시를 쓰고 싶은데요, 그게 잘 안 돼요
언니는 요즘도 시 많이 써요?
야채를 팔며 흥정을 하다
문득 시들어 떼어낸 푸성귀 잎들이
자신의 얼굴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그녀
가냘프던 그녀의 목소리엔 삼십 줄 후반의
노련함이 배어있다

애는 잘 크고 있느냐는 내 안부에
그녀의 목소리가 환해진다
그럼요, 무우처럼 쑥쑥 자라요
토마토처럼 입술도 붉고요
아이들은 무섭게 클 수 있는 힘을
어디서 배우는 걸까요
아이들이 요즘은 구구단을 외는데
엄마가 집에 없으니까 자꾸 셈이 틀리나 봐요
수학공식도 엄마의 손길이 닿아야
아이들에게 뿌리를 내리는 건가 봐요
구구단처럼 집이 빨리 두 배로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언니,
시를 생각하면 난 너무 멀리 걸어와 버린 것 같아요
야채를 다듬다가
야채를 싼 신문 귀퉁이에서
시집 소개라도 읽게 되면
왜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날까요
언니 내가 너무 많이 걸어와 버렸나 봐요
언니 내일은 가락동 시장에
싱싱한 채소들을 고르러 가야해요
또 전화할게요

그녀는 매일 트럭을 타고
온몸으로 푸른 야채들과 함께 시를 쓰는지도 모른다
삶이란 문장 안에서 시든 잎들을 떼어내고
아이들 푸른 몸뚱이를 씻기며
너무 길게 자란 생각의 뿌리들을 칼로 다듬고
아이들이 눈동자가 상하지 않게
싱싱한 소금도 듬뿍 뿌리면서

-서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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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st in the Lord

Trust in the Lord

Trust
in the Lord
with all your
heart;

do not
depend on
your own
understanding

Seek
his will
in all you do,

and
he will
show you
which path
to take.

Don’t be
impressed with
your own wisdom.

Instead,
fear the Lord
and turn away
from evil.

Then
you will have
healing for your
body

and
strength
for your bones.

Proverbs 3:5-8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
하시리라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지 말지어다

여호와를
경외하며 악을
떠날지어다

이것이
네 몸에
양약이 되어

네 골수를
윤택하게
하리라

잠언 3:5-8

Holy BIBLE
New International Version (NIV)
성경/개역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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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스승

참스승

꽃 이름만
배우지
마라

꽃 그림자만
뒤쫓지
마라

꽃이
부르는
나비의 긴
입술

꽃의 갈래를
열어

천지(天地)를
분별하라

몸으로
보여주는

-목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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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Good and Perfect Gift

Every Good and Perfect Gift

Then,
after desire
has conceived,

it
gives
birth to
sin;

and sin,
when it is
full-grown,
gives birth to
death.

Don’t
be deceived,

my dear
brothers and sisters.

Every
good and
perfect gift is
from above,

coming down
from the Father
of the heavenly
lights,

who
does not
change like
shifting shadows.

James 1:15-17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사랑하는
형제들아
속지
말라

온갖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

야고보서 1:15-17

Holy BIBLE
New International Version (NIV)
성경/개역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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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연분

천생연분

구월의
싱그러운
밤을

코스모스
늘어진 중랑천
산책로를 따라

손깍지로
다정히 하나
되어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아내와 함께
걸었다

이십여 분
걸었을까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나는
발등에 서서히
물집이
잡혔다

아내는 두툼한
등산 양발을 벗어
내 큼지막한 두 발에
신겨 주었다

한참을 걷더니
아내가 말한다.

‘여보,
나도 발등이
쓰라려 오네.’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더니

오른쪽
발등이란다.

사실 난 왼발 발등만
쓰라렸기에 냉큼
오른쪽 양말을
벗어

아내에게
신겨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켤레의 양말을
나는 왼발, 너는
오른발에
신고

상쾌한
가을 공기 속을
걸었다

천생연분!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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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와 윤리


시詩와 윤리

일제 강점기에
윤동주 시인님이
옥에서 별을 헤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침묵의 허기, 내면의
격렬한 숨죽임으로
하나하나 부를때

우리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는
물결이 가슴 가득한
물기로 고이는
것을

몇년전
상영된 영화를 보며
우리는 함께
느꼈다.

그 것이
참 시詩라 생각하며
정갈한 마음으로

그 문앞에
감히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경건히 서있던
선조들과 시인들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요즘 SNS 에서
시인이라 칭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서
가끔 느끼는
것은

그들이
시詩의 세계가

마치 부적절한
남녀관계를

정당화
할 수 있는
언어의 세계로
포장 하려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내나 남편이
병이 깊어 수십년
식물인간으로 살아 온
사람의 배우자라면

그 절박한
아픔과 외로움을
인간으로서 충분히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편이 버젓이
건강하게 옆에있고
성장한 자녀들을

아내이자
어머니이자
사회인으로서,

또는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사회인으로서

“더듬다”
“핥다”등의
부적절하고
선정적인 단어들로
추파를 던지며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경험이
필요하다고
하니

무슨 경험을
말하는 것인지
참으로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한동안
썩은 암덩어리
같은

한 시인과
그 주위에서
격렬한 아픔의
숨죽임으로

고통을 받던
여류 작가들을
보았다.

대한민국에
‘간통죄’라는 법이
없어졌다는
것은

더 이상
우리 시민들이
가축이나 야만인 처럼
국가가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선진적인 발상에서
온 것이다.

그 것은
도덕과 윤리를
거스르며

배우지에게
정서적 피해와
감성적 상처를
주라는 것이 아님을

먼저 식별해야 되겠다.

국민은
정치계나 법계
그리고 학교나
공공기관들이

투명하고
정직하고 성실히
그들의 업무에
임하길
원한다.

그리고
사회는 그 안에서
서로 믿음으로

평안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시인들의 시도
사회 한편에서

대한민국
국민들과 함께
투명하고 아름답게
피어나야
할 것이다.

-글/유지호-

Comment

n번방의 죄의식 없는
극악무도한 성폭력 범죄와
고유정의 폐륜범죄,

부산 시장의
“ 잘 몰랐다”는
공직자의 무지한
권력형 성추행 사건
뉴스를 접하며

대한민국에서
성범죄가 근절이 되기를
요망(要望)하며
올립니다.

학교와
각 공공기관,
모든 기업에서
부지런하고 끊임없는
성교육으로

제삼 미개지의 정신상태가
(The Third world country mentality)
계몽(啓蒙)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철저한 교육과 더불어서,
솜방망이가 아닌 피해자들이
겪고 겪어야 할 고통을 반영한
엄격하고 봐주기 없는,

눈감아주기 없는
판결이 있을 때 이런 문화가
근절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Culture & 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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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 by Kang, Dong Seok 강동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