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여 더 한층 의지가 굳세라
동무여 더 한층
의지(意志)가 굳세라
빈 주먹을 들어
큰 뜻과 싸우겠다고,
동무가 이곳을 떠나든
그날밤,
정거장 개찰구(改札口) 앞에서
힘있게 잡었던 뜨거운
손의 맥박(脈搏)
말없이
번뜻거리든
두 눈알의 힘!
프랫트폼에 떨고 있는
전등불 밑으로
걷던 뒷모양!
아하,
꼭 감은 눈앞에
다시 나타나는구나.
그것은
벌서 지난 겨울의 일,
지금은
검은 연기 속에 묻히어
희던 얼굴은 얼마나
껌어졌으며,
물렁물렁 하던
두 팔목은 어떻게나
굳어 졌는가.
이제는
그렇게 잘 울던
울음도 적어 졌겠지.
오늘은 또한
봄비 나리는 밤,
나는 가시마[貸間]
한 구석에서 괴롬과 싸울
그대를 생각한다.
더러운 벽에는
노동복이 걸려 있고,
먼지 앉은 책상에는
변도곽이 놓여
있어
쓰라린
침묵(沈黙)에
사로 잡혔을
그대를,
아하, 그대를……
그러나 동무여,
나는 믿는다. 그대는
낙심(落心)치 않고
비명(悲鳴)을 내지 않고,
그리고 새 배움을
얻으리라는 것을.
나는 지금 다시
그대를 향하여 외치나니,
더 한층 의지(意志)가
굳세라, 굳세라.
-시詩/황순원-
황순원 黃順元
황순원은 1915년 3월 26일 평안남도
대동군 재경면 빙장리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제안(齊安)이고 부친은 황찬영(黃贊永),
모친은 장찬붕(張贊朋)[1] 으로 그의 부친은
3.1운동 때 평양 숭덕학교 교사로 재직 중에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평양 시내에
배포한 일로 옥살이를 했다.
1921년(당시 6세) 가족 전체가
평양으로 이사하고, 1923년(만 8세)
숭덕소학교에 입학한다. 유복한 환경에서
예체능 교육까지 따로 받으며 자라났다.
1929년에는 정주에 있는
오산중학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교장 출신인 남강 이승훈을 만나게 된다.
1930년부터 동요와 시를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1931년 7월 《동광(東光)》에
실은 〈나의 꿈〉이 등단작이다.
이후 숭실중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고,
중학교 시절 거듭 시를 발표하다가
1934년 졸업하고 일본 도쿄로 건너가
와세다 제2고등학원에 입학한다.
이해랑, 김동원 등과 함께 극예술 연구단체
《동경학생예술좌》를 창립하였고, 이 단체
이름으로 27편의 시가 실린 첫 시집
《放歌》를 간행했다.
1936년 와세다 제2고등학원을 졸업하고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영문과에 입학한다.
그 해 5월에 두 번째 시집 《骨董品》을 냈다.
이후 시를 더 이상 쓰지 않고 문학 편력이
소설로 넘어간다. 그 첫 작품은 1937년
7월 《創作》 제3집에 발표한 〈거리의 副詞〉이다.
이듬해 10월에 〈돼지系〉를 발표하고,
이 두 작품을 비롯해서 창작 연대가
확실치 않은 다른 11편의 단편을 함께 묶어
그로부터 3년 뒤인 1940년에 《황순원 단편집》
(나중에 이 책을 『늪』이라는 제목으로
고쳐 펴낸다)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 후에도 단편소설을 주로 쓰며 활동하다가
1942년 이후에는 일본의 한글 말살정책으로
고향인 빙장리에 숨어 지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작품을
발표하지 않은 채 여러 단편을 썼다.
8.15 광복 이후 황순원은
평양으로 돌아가지만 북한이
공산화되면서 지주 계급으로 몰리자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이듬해 월남했다.
월남 후 서울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한 황순원은 지속적으로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1953년에는 장편 작가로서
그를 인정받게 한 장편 소설
《카인의 후예》를 발표한다.
1957년에는 경희대학교
국문과 조교수로 전임하여 생활이
안정되면서 김광섭, 주요섭, 조병화 등
동료 문인들과 함께 더 많은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는 1985년 발표한 산문집
《말과 삶과 자유》를 발표할 때까지
왕성한 창작열을 불태우며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2000년 타계할 때까지
소설은 더 이상 쓰지 않았으나
간간이 시작품을 발표하며
말년을 보냈다.
아들 황동규는 시인이자
영문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는
현재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으며,
소년의 순수한 사랑을 부각시킨 내용의
뮤지컬로도 제작이 되기도 하였다.
2000년 9월 14일에 노환으로
서울특별시 동작구 사당동 자택에서
별세했다(향년 85세).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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