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반세기
결코 짧지만 않은 세월동안
벗처럼 동생처럼 함께 해온 그녀가
간단한 김밥을 먹고
새마을호
열차의 의자를
약 5도 정도 뒤로 젖힌 채
윗옷을 무릎 앞에 가지런히
놓은 채 잠을
청하고 있다.
차창에는
빛 부신 가을 햇살이
애무하듯 눈에 들어오고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들녘에는
농부들의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25년 전 오늘,
철부지 둘이 만나
결혼식을
올린 날
가진 것 없었지만 마냥 좋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어 좋았고
매일 잠을 깨며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기쁨과 감사가 넘쳤다.
그리고 스무 다섯 해가 지난 오늘,
내 옆에 스물다섯의 아리따운
아가씨의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것에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은혼식해인
2009년 9월 23일
결혼 25주년이
되는 날
공교롭게도
어머니 추도 10주기
기일과 같은
날이다.
아내와 함께
새마을호 열차를 타고
대구로 향하고
있다.
세월은 말없이
25년을 삼켰고
가을 하늘의 뭉게구름도
말없이 그 어디론가
흘러간다.
앞으로 10년 후
그리고 20년, 30년 후
오늘 같은 마음, 오늘 같이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소풍 왔다가는
세상이었으면
좋으리라
오늘과 같이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2009. 9. 23.
p.s 결혼25주년 되는 해
사랑스런 아내를 바라보며
-글/섬그늘 윤용기-
Insight:
“벗처럼 동생처럼”이란
문구에서 화자의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아무리
허물없는 부부 지간이라도
집 안팎에서 서로 존중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인격체를
함부로 아무렇게나
정의하고 내뱉는
투의 글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생각과 함께
좋지않은 인상을 줍니다.
예를 들어
정말 이상한 사람을 만나
도저히 살 수 없어 헤어져야
한다고 할지라도
같이 한 지붕 아래
사는 동안은 언제나 인격체로
존중하며 말을 아끼고
상대방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그 것이
곧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C & P-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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