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결혼생활이라 할 수 있을까?
“여보 왜 요즘 글 안 써?”
절대 안 읽는다고 하더니,
간간히 내 글을 읽어본 모양이다.
속으론 씨-익 웃곤,
금세 풀죽어 답했다.
“사실, 나도
쓰고 싶은데 쓸 말이 없어”
“아이고~
벌써 글거리
다 떨어진 거야?!
그의 빈정거림에
나도 모르게 발끈했다.
“야! 생각을 해봐라,
주제가 ‘날며의 결혼일기’인데,
너랑 나랑 일주일에
얼굴보고 대화하는 게
얼마나 있어?!
매일 나는
너 자고 있는 거
보는 게 전부잖아!“
사실 그랬다.
날며의 결혼일기면,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적어야 하는데,
2교대
업무를 하는
남편 덕에
눈 뜨고 있는 것보다
눈 감은 모습을 더 많이 본다.
그렇다 보니,
딱히 이렇다 할
에피소드도 없고,
쓸 말도 사라진 것이다.
남편은 내 푸념을 듣곤
꼬시다는 듯 크게 웃었다.
그리고 이내 다시 물었다.
“그럼, 우리가 하고 있는 건
결혼생활이 아니면 뭔데?”
“우리?”
“응, 네 말대로 라면,
우린 결혼생활이 아닌 건데,
그럼 우린 뭐야?“
글쎄?
사실 그건 딱히
생각해보지 못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게
결혼생활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건 뭘까?
“ 네가 몰라서 그렇지,
우리 같은 부부 꽤 많아
네
입장에서는
버스기사만
늦게 끝나는 것
같겠지만,
대기업 사원들도
야근하느라 늦기 일쑤고,
심지어 해외로
출장 가는 사람들도 많아.
게다가
자기 가게라도 하면
어쩌게?!
늦게까지 장사하느라
우리보다 얼굴 보기 힘들걸?
그런데 그 사람들이
모두 결혼생활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쉽게 답하지 못했다.
대충 얼버무리고
대화를 돌렸다.
남편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자주 함께 있지
못한다고 해서
결혼생활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그저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이건 내가 원하던
‘이상적인 결혼생활’이
아닐 뿐.
“다시 적어봐,
지금 네가 느끼는
결혼생활이 무엇인지,
어쩌면 그게 더
현실감 있을 걸?
그리고 혹시 알아?
좋은 점도 있을 지“
정말 그럴까?
결혼 7년 차가 된
현실적인 날며의
결혼생활은 이렇다.
퇴근 후 돌아오면
자고 있는 남편을 볼 때가 많다.
드르렁 드르렁 코 골며
자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매일은
아니지만
아주 가끔
“오늘도
안전 운행 해줘서 고맙네.
다행이네” 생각한다.
우리는
여느 부부처럼
도란도란 앉아 함께
밥 먹을 시간이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회사에서 일을 할 때면,
“오늘도 점심은
잘 먹었을지,
무슨 반찬을 먹었을지”
이따금 잠깐 궁금해진다.
물론 잘 먹었겠지.
하고 금세 내 일로 돌아간다.
안타깝게도
입사 1년 차인 남편은
여름휴가가 없는 것 같다.
친구들이 해외로,
제주도로 여름휴가 간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부럽고 아쉽고 슬프다.
하지만, 또 금세
나중에 만약 휴가를
갈 수 있게 된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맘껏 상상해 본다.
남편의
주야 근무가
로테이션 되는
휴일이 오면
그나마 우리에게
‘데이트 시간’이 생긴다.
물론 둘 다
12시간 이상 일하고
만나 하는 데이트지만,
그래서
새벽 네~ 다섯 시까지
졸린 눈 부릅떠야 하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일주일 내내
기다려질 만큼 즐겁다.
남편은 없지만
다행히 집은 조용하지 않다.
이건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덕이다.
외로울 법 하지만
아이와 이야기하고,
부모님과 이야기하다보면
시간은 금세 훌쩍 지난다.
사실 남편도
그렇겠지만,
난 남편이 회사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표정으로 일하는 지
동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내가 아는
그 사람으로 유추해 보건데,
분명 근면 성실하다는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다.
아마,
연애 할 때라면
무슨 밥을 먹었는지,
회사에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을지,
하나하나 매일 매일
모두 물었을 텐데,
결혼생활은 그렇지 않다.
이젠 그것들을 직접 묻기 보단,
혼자만의 걱정과 염려,
상상 등으로 가득 채운다.
누군가 들으면
내 결혼생활은
시시해보일 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무시 못 할 강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바로
이 걱정과 염려와 상상이
지난 7년 째 계속
되어왔다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내 결혼생활엔
단조롭고 크게
재미없는 일들을
끊임없이 지속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 뿐인가.
매일 밤
내 옆에서 그가 코를
골며 자는 일,
칫솔 꽂이엔
항상 그의 칫솔이
있는 일처럼
20년 이상을
따로 살아온 우리가
당연하다는 듯
서로의 삶에 일부가
된 일도 놀랍다.
또!
비록 지금 당장
여행 떠날 지라도,
1년 뒤, 10년 뒤,
30년 후에도 우리가
함께인 게 당연하다는 듯
뚜렷하게
상상할 수 있는 것 또한
결혼생활이기에 가능하다.
쓰다 보니,
내 결혼생활 괜찮네!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