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매미 

땅속에 숨어
참아온 곡소리는

한 여름 등골을
써늘하게 전해오지만

오래도록 견디고
살아온 게지

소리 한번
내지르지 못하고
머뭇머뭇하다간
운명은 금시(今時)
지나가더라고,

목이 터져라
울부짖는 매미 소리는
짧은 생의 피맺힌 절규야

울어야 한다,

울지 못하는
사랑을 위해
더 크게 소리쳐야 한다

그녀가 올 것이다
그녀가 다가올 것이다 

그녀의 품속에도 운다 

폭풍이 몰아쳐도
온몸이 찢어지는 아픔에도

세상을 향해
마지막 절규를 남긴 채
작은 역사가 떨어진다 

2018 0723

-글/서랑 권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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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Guides Me


He Guides Me

The LORD
is
my shepherd,

I shall not
be
in want.

He
makes me
lie down
in green pastures,

he
leads me
beside quiet waters,

he
restores
my soul.

He
guides me

in paths of
righteousness
for his name`s sake.

Psalm 23: 1-3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 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시편 23: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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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

참깨

분당선 전철이
모란역을 지날 즈음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선잠을 깨면

그날이 장날이다,
장꾼 할마씨들은
알림 방송이 나오기도 전에
코를 씰룩거리며 일어나

하나씩
보퉁이를 챙겨들고
장을 보러 내린다

 놀랍다,
장터에는꽃도 생선도
끄슬린 개고기도
많을 터인데

그 모든
냄새를 누르고
앞질러
참기름 진한 냄새가
이 깊은 땅 밑까지
스미었구나

해묵은
기름틀에 짓눌려
피보다 진한 체액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며

이다지 이무럽고
따스한 향기를
멀리 또 깊이
날려 보내는구나

그 잔해 한
부스러기도
버릴 것이 없는

참깨여

부끄러워라,
내 인생은
장날 기름집에 들고 갈
한 됫박의 참깨만 못하여서

흩날려 보낼
한 줄기의 향이 없구나

악취만 남긴 채
도망치듯 살아온
노상 방뇨 같은 삶이여

-글/정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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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 장터 

화개 장터 

탁수기씨의 화개 장터에서
반달낫 갈며 한 오십 년 살았지 

화개나루에 소금배 들고
복사꽃 피던 이팔청춘에
처음 쇳물 끓이고 풀무질 익혔지 

된장 내음 땀내 적시는
저녁 나절이면 운천리 백사장에 누워
하늘의 별을 세었지 

아니 아니
운천리 안열 부락 김초시네
둘째딸 생각으로
별이 보이지 않았지 

작은 토담 타고 돌다
칡꽃 한 묶음 깨금발로 던지면
꽃내음보다 먼저 토방문이 열리고
그때 처음 사랑을 알았지 

섬진강 푸른 강물과
지리산 산바람이
어느 산곡에서 속삭이다
함께 어둠에 드는지도 알았지 

그 이쁜
전라도 가스나
동란 끝나고 죽었지 

산사람 밥 한 솥 푸짐하게
해낸 죄로 강물되어 떠났지 

탁수기씨 화개 장터에서
반달낫 갈며 한 오십 년 살았지 

고스레 고스레
거칠은 강바람에
소주 한잔 부으며 

앞으로도 한 백년
운천리 백사장 별을 헤겠지.

-글/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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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rown of Beauty

A Crown of Beauty


and
provide for
those who
grieve in Zion
to bestow on them

a crown
of beauty
instead of ashes,

the oil
of gladness
instead of
mourning,

and
a garment
of praise

instead of
a spirit of despair.

They
will be called
oaks of righteousness,

a planting
of the LORD

for the display
of his splendor.

Isaiah 61: 3

무릇
시온에서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어
그 재를 대신하며

희락의 기름으로
그 슬픔을 대신하며

찬송의 옷으로
그 근심을 대신하시고

그들로 의의 나무
곧 여호와의 심으신바

그 영광을
나타낼 자라
일컬음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이사야 61: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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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나이 

무서운 나이 

천둥 번개가
무서웠던 시절이 있다

큰 죄
짓지 않고도

장마철에는
내 몸에 번개 꽂혀올까봐

쇠붙이란 쇠붙이
멀찌감치 감추고

몸 웅크려
떨던 시절이 있다

철이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느새
한 아이의 아비가 된

나는

천둥 번개가
무섭지 않다

큰 죄
주렁주렁 달고
다녀도

쇠붙이
노상 몸에 달고
다녀도

그까짓 것
이제 두렵지 않다.

천둥 번개가
괜시리 두려웠던
행복한 시절이 내게 있었다

-글/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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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깡통                                         

아이슬랜드에 가면
일주일에 한 번
TV가 나오지 않는 날 있단다

매주 목요일에는
국민들이 독서와 음악과
야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국영 TV가 앞장을 서
세심한 문화 정책을 편단다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돌아와 앉은

우리나라 TV에는
이제 갓 열여덟 소녀 가수가
선정적 율동으로
오늘밤을 노래하는데

스포츠 강국
선발 중진국
포스트모더니즘
끝없이 황홀하게
이어지는데

재벌 2세와
유학 나온
패션 디자이너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주말 연속극에 넋 팔고 있으면

아아 언젠가 우리는
깡통이 될지도 몰라

함부로 짓밟히고
발길에 채여도

아무 말 못 하고
허공으로 날아가는

주민증 번호와
제조 일자가 나란히 적힌

찌그러진
깡통이 될지도 몰라 

살아야 할 시간들
아직 멀리 남았는데

밤하늘 별들
아름답게 빛나는데. 

-글/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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