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중하니까
아무도 내게
이렇게 살라고
시키지 않았다.
옷이나 화장품을
사지마라고 한 사람도 없다.
그런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냥 언젠가부터
옷이나 화장품을 사치로 여기게 됐다.
물론,
나도 결혼 전엔 이러지 않았다.
나는 친구들 중에서도
제일 공주병이 심했던지라,
시도 때도 없이 거울을 봤고,
한파가 몰아 닥쳐도, 치마만 입었다.
집 앞 슈퍼에 나갈 때도,
무조건 하이힐에 가방이 필요했으니,
정말 알만하지 않았나.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이
단 1%도 남아있지 않다.
‘집 앞에 나갈 때 화장을 왜 해?’
회사 갈 때도 귀찮다.
얼굴은 하얗게 입술은 빨갛게
그냥 기본만 하자 기본만
( 며칠 전 우연히
어떤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가
하얀 얼굴에 빨간 립스틱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딱 내 이야기였던 것이다. )
‘누가 날 본다고’
‘누가 날 안다고’
그래,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어차피 길에서 보는 사람들은
다들 지나치는 사람들일 뿐이니까.
‘사람이 마음이 중요하지
겉모습이 중요한가?.‘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화장품은 늘 샘플만,
옷을 사는 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시간이 아까워‘
이런 생각도 했다.
미용실 가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그러다 우연히 며칠 전
거울을 보는데,
내가 언젠가부터
거울을 잘 안 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날 모르는
지나치는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단,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나를 매 순간 지켜보는 사람,
‘나’의 시선은 중요하다.
생각해보니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거울은 피했다.
겉모습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예쁜 여자들을 보면 왠지 기가 죽고,
길에서도 고개를 숙일 때가 많았다.
그러니까 실은 나,
이렇게 꾸미지 않는 나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내게
이렇게 살라고 시키지 않았는데,
왠지 이렇게 가다간
누군가를 탓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살 빼면 예쁘게 하고 다녀야지’
‘살 빼면 옷을 사야지’ 했는데,
드라마틱 하게
살 빠지는 일이
그렇게 인생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쨌든 그건 나중 일이고,
지금 당장 나를 위해
예쁘게 하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 나를 보는 내가
더 이상 고개 숙이지 않도록.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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