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꿈
“언니! 난 이런 게 참 좋더라”
동생의 꿈은 소박? 했다.
“난 아이를 한 다섯은 낳을 거야!”
“야! 아서라 아서,
한 명 키우기도 힘든 세상이야.
다섯 이나 낳아서 뭐하게“
“아 참 들어봐!
아직 내 꿈이 끝나지 않았어!
나는 그 다섯 명을 낳아서
주말엔 큰 솥단지에
라면을 열 봉 끓여 먹을 거야.
남은 찬밥 모두 모아서
밥도 말아먹고“
“그게 뭐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니까 말이야.
나는 언니!
아이를 다섯 낳아서
주말에는 치킨 다섯 마리를
시켜 먹을 거야!“
도대체 무슨 말인지
“그게 뭐야?
라면이랑 치킨을
많이 먹는 게
네 꿈이야?“
“아니!
난 치킨을
다섯 마리나 시켰는데도,
늘 모자라서
“엄마! 배고파
더 사주 세요.!!”
“엄마~
더 먹고 싶어요!”
“엄마!!!”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게 꿈이야.
그러면 왠지 참
행복할 것 같아.“
어릴 때부터
취향도 성격도
극과 극이었지만,
꿈까지 이렇게 차이날 줄이야.
동생의 꿈은 나로선
늘 이해가 잘 안됐다.
월세 걱정 없는
자가 아파트,
월급 꼬박꼬박 들어오는
안정적인 직장,
공부를 잘해서 1등만 하는 아이,
어떻게 이런 게
꿈이 아닐 수 있을까?
대부분의 이상향은
이런 거 아닌가?
참 특이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의 꿈에는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건 바로,
상상만 해도
‘행복 바이러스’가
나오는 듯한
느낌 때문이다!
한 명이 눈물 뚝 그치면,
옆 아이가 우는 버라이어티함,
밥솥 가득
쌀을 넣어 지어도
늘 부족한 밥,
잘 때
다리나 손 한쪽은
꼭 가슴팍에 올라오지만
(그래서 깜짝 놀라곤 하지만)
늘 살결이 닿는 곳,
하루는 아이1번에게,
다음 날엔 아이 2번에게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이
흥미진진한 사건이 터지는 곳.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동생의 꿈은 작은 것 하나하나가
참 디테일하다.
물론, 아이를 다섯 낳는 일에는
엄청난 수고와 돈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동생은 꿈을 이룰 확률이 높다.
‘꿈이 있으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난 ‘잘살고 싶었을 뿐’
어떠한 구체적인 꿈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잘 되고 싶었고,
잘 살고 싶었고,
그런데 무언이
‘잘’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파트면
어떤 아파트인지,
공부를 잘하는 아이면,
얼 만큼 공부를 잘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번 년도에는,
그 구체적인 꿈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왠지 동생의 꿈도
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 꿈을 이룬다면,
참 행복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설득당했나?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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