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원의 행복
남편이 원하던 회사에 취직하고,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가족이 모두 평온한,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한 요즘.
왜 이따금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는 지
그 까닭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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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이었다.
회사에 가기 위해 현관을 나서는 데,
빈 박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단 몇 초 지나지 않아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3년 전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때는 남편이
공무원 시험 준비를
막 시작했을 때였다.
그 때는
전세 값 올려줄 돈이 없어서
막 시댁과 합가했을 무렵이었고,
그 때는
나와 인사를 하지 않는
도련님이 고민이었고,
그 날은,
공부하라고 했더니,
밤새 게임 한 남편 때문에
화가 난 날이었다.
모든 게 난장판이었던 그 날 아침,
가까스로 화를 누르며 회사에 가려는 데
초인종이 울렸다.
어머님께 온 택배였다.
상자를 거실에
옮겨 놓고 나가려는데,
아저씨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착불 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나
수중에 오천 원이 없었다.
게다가 이따가 붙여준다는 말을
할 수가 없는 처지었다.
통장에 오천 원이 없었기 때문에,
남편은 공부하고 있었고,
나 혼자 돈을 벌었다.
내 직업은 고소득 직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 때 카드로 쓰고
월급 받아 카드 값을 메꾸기에 바빴다.
수중에 현금이 있을 리 없었다.
택배 온다는 말을
미리 해주지 않으신
어머님이 미웠다.
도련님이 방에 있는데,
돈을 부탁할 수 없는
우리 사이가 싫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싫었던 건
단돈 오천 원 때문에
어머님이 미워지고,
도련님이 싫어지는 내 처지였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 내게 화가 났고,
초라해져 버린 내가 싫었다.
택배 아저씨가 사연을 알리없지만,
감사히도 하염없이 우는 나를
그냥 지켜봐 주셨다.
나는 간신히 계좌번호를 받았다.
동생에게 오천 원을 빌렸다.
난 오천 원을 빌리며
다음 달에 갚겠다고 했다.
그 날 일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누구한테도 할 수가 없었지.
그 땐 정말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하루하루 살아냈더니
오늘 같이 평안한 날이 왔다.
그땐 모든 것들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복잡하게 너부러져있었는데,
이젠 모든 게 가지런히
제 자리를 찾았다.
물론, 난 지금도 집은 없다.
3년 전처럼 여전히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여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오천 원은 있다.
만약 당장 수중에 없더라도,
붙여준다고 말 할 수 있다.
통장에 오천 원이 있으니까.
오천 원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앞으로 더 나아질 거란 확신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아마,
오천 원이 없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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