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가 별이 되는 날
내 방은
우리 집 어느 방보다
가장 늦게 불이 꺼진다.
그리고 나는
가족 중 누구보다도
늦게 잠에 들기 때문에,
소리만으로도 쉽게 거실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그제 밤 아버님은,
늦게 귀가 하신 후,
열 두 시가 넘는 시간에
이례적으로
텔레비전을 키셨고,
또 금방 TV를 끄셨다.
곧 아버님은
방에 들어가셨고,
또 얼마 되지 않아
거실로 나오셨고,
잠시 후 밖에 나가셨다가,
또 금세 다시 돌아오셨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안방문은
몇 번 더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다.
아마도,
잠에 들기 힘 드신 듯했다.
–
엄마와 여행을
다녀온 날 오후,
나는 남편에게서
작은 할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건 날자에게는
작은 증조할아버지,
남편에게는 작은 할아버지,
아버님께는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
나는 어제서야
혼자 장례식장에
가게 되었는데,
그 곳엔 며칠 사이
한 눈에 보아도 심히 수척해지신
아버님이 계셨다.
옅게 웃어주셨지만,
상심이 크신 것 같았다.
아마,
확실하진 않지만
아버님은 작은 아버님을
떠나보내는 데에 대한
슬픔과 동시에 시골에 계신
할아버님과 할머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으실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랬다.
–
그리고
이 모든 생각이 들자,
나는 이 세상에
‘영원한 이별’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잔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한참 후에 언젠가는,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라는 사람이 살았다는 것조차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고,
나에게 소중했던 사람도
결국은 나를 떠나고,
또는 내가 먼저 그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만들었던 수많은 이야기는
모두 별이 되는
그 날이 꼭 오는 것이다.
무조건 한 번은 꼭.
그제야 나는
그저 흐릿하게만 느꼈던,
죽음을 조금은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꼭 ’안녕‘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게 화낼 일도,
그렇게 서운할 일도,
그렇게 용서 못할 일도,
그렇게 슬퍼할 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난 살면서 처음으로
이제쯤이면
나와 엄마를 위해서,
엄마를 불쌍해하기 위해서,
또 나를 그만 불쌍해하기 위해서,
어릴 때 날
할머니에게 맡기고
거의 찾아오지 못했던 엄마를
미워하고 있었던
그 때의 엄마를 용서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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