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의 힘

  IMG_6192

김밥의 힘

공직에 계셨던 아버지가 지방에서 새롭게 개인
사업을 하시겠다 선언하신 뒤 가족을 이끌고
서울을 떠나실 때,나는 혼자 남아 험난한 자취
생활을 시작한다.그때 중학교 2학년이었다.

혼자 남고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아무래도 저녁
시간이다.학교를 파한 뒤 자취방에 와서 방문을
열면 늘 싸늘한 공기를 느꼈는데 그게 참 싫었다.
그래서 버릇처럼 들어서면서부터 라디오를 크게
켜고 부랴부랴 저녁 상을 차리며 나를 바쁘게
했다.그러나 역시 혼밥을 할 때면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이 밥을 삼키는 목에 걸려 날 힘들게 했다.

그리고 자취생 첫해의 가을 소풍을 잊을 수 없다.
매번 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김밥을 도시락에
담아 소풍을 준비했던 터라 무척 난감했다.볶음
밥을 만들어 도시락에 담아갈까 하다가 나는
그냥 가게에 가서 빵과 음료 그리고 과자 몇 개만
을 챙겨 배낭에 쓸어담았다.그날 밤은 이불을
덮는 순간까지 우울했다.매년 설레임 속에 잠들
었던 그 소풍 전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의 인솔을 받으며 여기저기 역사의 현장
을 답사하고 드디어 점심 시간이 됐다.나는 잠깐
주저했다.뻔뻔히 젓가락 하나만 들고 다니며
친구들이 싸온 김밥을 나눠먹자고 할까 아니면
어디 한적한 곳에 가서 그냥 혼자 빵을 꺼내먹
을까?뭐 이런 쓰잘대기 없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순간에는 잠깐 어머니 말씀대로 가족과 함께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은 내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도 했다.가까운 친구들이 내 배낭을 잡아끌
면서 함께 먹자고 나를 끌어당기는 순간까지도
나는 마냥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

“야,이거 우리 엄마가..김밥 도시락 하나 더 쌌다.
너 자취생인 거 아시잖아.함께 나눠먹으라고 .”

다른 녀석이 또 도시락 하나를 내밀며 말한다.

“뭐야?…우리 엄마도 네 김밥 따로 싸주셨는데…”

잠시후 또 다른 녀석이 헐레벌떡 달려와 내게
도시락 하나를 더 내민다.

“아이구 늦어서 미안해…나도 도시락 꺼내 먹다가
어머니가 도시락 하나를 더 챙겨주신 걸 알았어.”

이날 내가 친구들에게서 받은 김밥 도시락은 모두
네 개였고 그날 나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그 도시락
모두를 깨끗하게 비워냈다.

그날 소풍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다시 이불을
덮고 자리에 누웠을 때 나는 친구들의 우정과
어머니들의 사랑을 생각하면서 그 어느 소풍
보다 즐겁고 행복했던 소풍의 기억을 갖게 되
었다고 생각했다.

그후로도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소풍
내내 두 세 개의 도시락을 받게 되었고 늘 그것들
을 깨끗이 비워냈다.어쩌면 나는 외롭고 힘든 그
자취생 시절을 그 김밥의 힘으로 잘 버티고 잘
이겨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그 시절 친구들
의 우정과 어머니들의 사랑에 깊이 감사한다.

글/김감독 DP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

His Love is Made Complete

 IMG_6099

His Love is Made Complete

Dear friends,
since God so loved us,
we also ought to
love one another.

No one has ever seen God;
but if we love one another,
God lives in us and
his love is made complete in us.
1John 4: 11-12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느니라
요한일서 4: 11-12

LLCN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

침묵의 창

images-2

침묵의 창

침묵의
창에 기대어

별을
세고

빗방울을
세고

그리움을
세어보다

기나 긴 기다림에
목이 길어지는 창

[편안한 언덕/이시우]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

혼잣말

76a7bb765500ccd257b9a5927f970491Art by Dong Suk Kang (강동석)

혼잣말

내가 어렸을 때,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엄마는 종종 혼잣말을 하곤했다.

그 혼잣말들은 너무 뜬금 없을 때가 많아서
주위에 있는 가족들을 항상 놀라게 만들었는데,
예를들면
어떨 때는 텔레비젼을 보다가
“그랬으면 안 됐지 왜 그랬어…”
라고 우울하게 말하던가

길을 걷다가 갑자기
“사랑해!” 라고 말한다던가

설거지를 하다가
“나쁜놈!”
하고 역정을 내곤 했다.

엄마의 모든 말과 행동들은
현실과는 너무 맞지 않아서
갑자기 놀랄 때도 많았고
당황할 때도 많았는데,
실은 짜증날 때가 더 많았다.

함께 과일을 먹다가 갑자기
“못된 것!”
소리치면서 포크를 탁 내려 놓으니
얼마나 놀라겠는가

엄마 왜 그래?
라고 물으면 엄마는 항상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그냥~” 라고고 말하며 웃었다.

혼자 가만히 노래를 부르거나, 화를 내거나,
즐거워하거나, 무언가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짜증이 나거나,,,
아니 거의 짜증만 났다.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결혼 전에는 그 문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 해 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왜 그러는 것일까?’

그런데, 딸은 엄마를 닮는 다고 했던가.
내가 엄마를 닮아서인가 아니면 그 무엇ㅇ니지
나는 결혼 후 혼잣말이 많아졌다.

“음 그래서 말이야~ 그랬더랬지 말이야..”
“짜증나, 도대체 뭐하는거야”
“사랑해..그런데.”
“휴 힘들다 힘들어”
“정신 차리자 정신”

누가 곁에 없어도
나는 나에게 말하는 것인지
누구에게 말하는 것인지
자꾸 혼잣말을 하게 된다.

처음엔 그렇구나 하고 넘겼는데,
내가 생각을 할 때 머릿속에서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는 남편이 될 때도 있고, 아이가 될 때도 있고
시부모님이 될 때도 있고, 엄마 아빠가 될 때도 있고,
아니면 그 누군가가 되곤 했다.

현실에서 다하지 못하는 말들을
나는 생각으로나 입으로 말하고 있었다.

대상이 없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혼잣말들은 모두
나를 향한, 아빠를 향한, 동생을 향항,
우리를 향한 말이었음을…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이야기 하고 싶다는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신호였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늘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웃어주고,
함께 화 내주던 엄마와 떨어져
결혼한 지금에서야

‘엄마 그동안 뭐했어?’
‘엄마 회사생활을 어때?’
‘이상한 아줌마는 없어?’
‘엄마 다이어트는 어떻게 되어가?’
‘엄마는 내가 어떨 때 가장 보고 싶어?’

이젠 내가 더 많이 물어보고,
들어줄 께
혼잣말 하지마.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엄마의 혼잣말)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Bear Fruit

IMG_6106

Bear Fruit 

You did not choose me,
but I chose you
and appointed you
to go and bear fruit —
fruit that will last.
Then the Father will give you
whatever you ask in my name.

This is my command:
Love each other.
John 15:16-17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과실을 맺게 하고
또 너희 과실이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니라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명함은
너희로 서로 사랑하게 하려함이로라
요한복음 15:16-17

생애보다 긴 기다림

imageDrawing By Dong Suk Kang (강동석)

생애보다 긴 기다림

-도종환-

밤사이에
산짐승 다녀간 발자국밖에 없는데
누가 오기라도 할 것처럼
문 앞에서 산길 있는 데까지
길을 내며 눈을 쓸었다

이제 다시는 당산나무를
넘어오는 발자국소리를
기다리지 말자 해 놓고도
못다 버린 게 있는 걸까

순간 순간 한 방울씩
녹아 내린 내 마음도
흘러 고이면
저 고드름
같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동안
종유석 같은 고드름이
댓돌 위에 떨어져 부서진다

기다리는 것
오지 않을 줄
늦가을 무렵부터 알았다

기다림이란
머리 위에 뜨는 별 같은 것인지 모른다

내가 내게 보내는
화살기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길이 눈에
덮여 지워지고
오직 내 발자국만이
길의 흔적인 눈 속에서
이제 발소리를 향해 열려 있던 귀를 닫는다

누군가를 기다리던 날들은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천천히 지워진 다음 날 새벽
아니 그 새벽도 잊혀진 먼 뒷날
창호지를 두드리는
새벽바람소리처럼 온다해도

내 기다림이 완성되는 날이
그 날쯤이라 해도
나는 섭섭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접은 것은
어쩌면 애타는 마음이나
조바심인지 모르겠으나
생애보다 더 긴 기다림도 있는 것이다

기다림을
생애보다 더 길게이 세상에
남겨 놓고 가야 하는
생도 있는 것이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생애보다 긴 기다림’ 시를 읽다가

IMG_6097

‘생애보다 긴 기다림’ 시를 읽다가

-최순민-

‘생애보다 긴 기다림’시를 읽다가~
나는 이제껏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살아왔음을 알았다.

학창시절엔 교복을 벗고 싶어 졸업을 기다렸고
소녀가 되어서는 내편이 되어 줄
반쪽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결혼 후엔 아파트 입주를 기다렸고,
두 아이가 내 어릴적 처럼
청년이 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미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가 남겨준 주식이
상장이 되기만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맘보다
더 간절하게 이십여년을 기다렸다.

코앞에서 주식이 물거품이 되는것을
그저 바라보면서 또 기다려야 했다.
괴롭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내 생각에서 잊어지기를 말이다.

어릴적엔 빨리 늙어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제껏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내 눈과 생각은 언제나 ‘내일’에
촛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이라는 시간을
홀대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작년 가을에서야 알았다.

상자에 들어있는 사과 중에서
난 언제나 흠집이 있는 것부터 먹어왔기에
싱싱한 사과를 항상 먹지 못했음을 알았다.

난 참 미련하게 살면서도
잘 살고 있다고 착각했고 중년이 되서야
싱싱한 사과를 먼저 먹기 시작한다.

습관처럼 되어버린 생각의 틀을
벗기가 쉽지 않지만 지금 난 그 고집불통 같은
미련함을 한겹씩 버리고 있는 중이다.

1시간 뒤, 아니 1분 후도
모르는 존재면서 몇년 혹은 몇십년 후를 생각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살아왔다니
나는 참으로 한심한 여자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망설이지 말고 흠 없는 사과를 한입 베어 물어
싱싱함을 먹듯 그리 살자고 다짐 또 다짐하며
오늘’을 찰지게 살련다.
“어제’는 참 잘했다”고 나를 칭찬할 수 있게 말이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