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ting a Room

image
Drawing by Kim, Young Han (김영한)

Renting a Room

by Ra Hee-duk

I wanted to rent a room
somewhere in Damyang or Pyongchang,
to scurry in and out like a squirrel.
Every time I saw a quiet village,
I peeped into it.

Passing by a house in JishilVillage,
I saw a yard with ordinary flowers
blooming 
between an old traditional house
and a newly built annex.

Without knowing myself,
I stepped into the open doors.
The ajeossi* was sharpening
a scythe on the whetstone.
The ajumoni’s** kerchief was wet
as if she just returned from the field.

“Uh, I would like to rent a room here.
I am looking for a space
where I can come
a few days a week to work.”

I carefully gestured
toward the old house,
and the ajumoni responded with a smile.

“Well, the kids all left forSeoul,
an’ the house’s empty,
‘cause we live in the annex.
But our Yi’s family history is livin’ within,
so we’re still usin’ it with our hearts.”

Upon hearing these words
I could see the clean floor
and the evening sunlight settling on it.
I simply turned around
without further asking to rent.

Would the couple know
that I had already rented the room
when she told me their hearts
still occupy that empty house?

***

*a common term for a middle-aged man
**a common term for a middle-aged woman

Translated by
Chae-Pyong Song and Anne Rashid
방을 얻다

-나 희 덕-

담양이나 평창 어디쯤 방을 얻어
다람쥐처럼 드나들고 싶어서
고즈넉한 마을만 보면 들어가 기웃거렸다.

지실마을 어느 집을 지나다
오래된 한옥 한 채와 새로 지은 별채 사이로
수더분한 꽃들이 피어있는 마당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열린 대문 안으로 들어섰는데
아저씨는 숫돌에 낫을 갈고 있었고
아주머니는 밭에서 막 돌아온 듯
머릿수건이 촉촉했다

.
ㅡ 저어, 방을 한 칸 얻었으면 하는데요.
일주일동안 두어번 와서
일할 공간이 필요해서요.

나는 조심스럽게 한옥쪽을 가리켰고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ㅡ 글씨, 아그들은 다 서울로 나가불고
우리는 별채서 지낸께로
안 채가 비기는 해라우.
그라제만은 우리 이씨 집안의 내력이
짓든 데라서 
맴으로는 지금도 쓰고 있단 말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정갈한 마루와
마루 위에 앉아계신 저녁 햇살이 눈에 들어왔다.
세 놓으라는 말도 못하고 돌아섰지만
그 부부는 알고 있을까,

빈방을 마음으로는 늘 쓰고 있다는 말 속에
내가 이미 세들어 살기 시작했다는 걸.

(Originally published in the Gwangju News, April 2012)

<Profile>
Ra Hee-duk (나희덕) was born in 1966 in Nonsan, Chungcheongnam-do.

She received her Ph.D. in Korean literature from Yonsei University in 2006. She has published six books of poetry: To the Root (1991), The Word Dyed the Leaves (1994), The Place is Not Far (1997), That It Gets Dark (2001), A Disappeared Palm (2004), and Wild Apples (2009). She also published one collection of essays,

A Half-filled Water Bucket (1999), and a volume of literary criticism, Where Does Purple Come From? (2003). Among her many literary awards are the Kim Suyoung Literature Award (1998), Modern Literature Award (2003) and the Sowol Poetry Award (2007).

Growing up in orphanages, because her father was an administrator at an orphanage, she developed her strong sympathy for the less fortunate others. She currently teaches creative writing at Chosun University in Gwangju.

From:’ Korean Poetry in Translation’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The Resurrection and The Life

images-26

The Resurrection and The Life

Jesus said to her,
“I am the resurrection and the life.
He who believes in me will live,
even though he dies;

and whoever lives and believes in me
will never die. Do you believe this?”

“Yes, Lord,” she told him,
“I believe that you are the Christ,
the Son of God,
who was to come into the world.”
John 11: 25-27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가로되 주여 그러하외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세상에 오시는 하나님의 아들이신줄
내가 믿나이다
요한복음 11: 25-27

The Word of the Wind

image
Oriental Painting by Kim, Dong Sung

The Word of the Wind

by Mah Jonggi (1939-)

After all of us leave,
if my spirit passes by you,
don’t think even for a moment
it is 
the wind that sways the spring boughs.

Today I will plant a flower
on a corner of the shadow
where I got to know you;

when the flower grows to bloom,
all the distress that stemmed
from our acquaintance
will turn into petals and fly away.

It will turn into petals
and fly away.
Though it is unbearably
distant 
and futile,

how can we measure
all the things in the world
with only a small ruler?

When every now and then
you turn your ears toward
where the wind blows,

my beloved,
don’t forget even if you become tired
the word of the wind
that comes from far away.

Translated by
Chae-Pyong Song and Anne Rashid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From; Korean Poetry in translation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자목련

image
Photo by Kim, Sook Hwan

자목련

내가 너의 그늘이 되기로 한 날
부서지는 봄날이었다

자목련 나무 아래
그 붉은 입맞춤
잊혀지지 않는 추락

한 때가 한 날 한 시였음을
오지 않을 그때
지지 않을 꽃

하얀 목련은 가슴이었고
붉은 너는 마음이었다

이제 맹세가 사라진밤
너의 눈시울이
내 마음을 다시 불붙였다
하지 못한 말 남긴다
사랑해.

글/ 이 기철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I Chose You

images-36

 I Chose You   

You did not choose me,
but I chose you and appointed you
to go and bear fruit — fruit that will last.
Then the Father will give you
whatever you ask in my name.

This is my command:
Love each other.
John 15: 16-17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과실을 맺게 하고
또 너희 과실이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니라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명함은
너희로 서로 사랑하게 하려함이로라
요 15; 16-17

The Flower

image
Photo by Sim, Jae Woo

The Flower

by Kim Chun-soo (1922-2004)

Before I called her name,
she was nothing
more than a gesture.

When I called her name,
she came to me
and became a flower.

Like I called her name,
will someone please call my name
that suits my light and fragrance?
I, too, long to come to her
and become her flower.

We all long to be something.
You, to me, and I, to you,
long to become a gaze that won’t be forgotten.

Translated by

Chae-Pyong Song and Anne Rashid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출전: “김춘수 시선집” (민음사)

맨발

image
Photo by Katharina Jung

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해설> – 정끝별·시인

시인의 시에서는 뜨듯한 여물 냄새가 난다. 느림보 소가 뱃속에 든 구수한 여물을 되새김질하는 투실한 입모양이 떠오른다. 잘 먹었노라고 낮고 길고 느리게 음매- 울 것도 같다. 21세기 벽두의 우리 시단에서 그의 시는 ‘오래된 미래’다. 찬란한 ‘극빈(極貧)’과 ‘수런거리는 뒤란’을 간직한 청정보호구역이다. ‘시인·평론가가 선정한 2003년 최고의 시’로 뽑히기도 했던 이 시는 겹겹의 배경을 거느리고 있다. 수묵의 농담(濃淡)처럼 그 그림자가 자연스럽다. 죽기 직전의 개조개가 삐죽 내밀고 있는 맨살에서, 죽은 부처의 맨발을 떠올리는 상상력의 음역은 웅숭깊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들 아버지의 맨발, 그 부르튼 한평생을 얘기하고 있다. 시를 포착하는 시적 예지와 시안(詩眼)의 번뜩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세상에 제일 나중에 나와,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큰 하중을 견뎌내고서는, 세상으로부터 제일 나중에 거두어들이는 것이 맨발이다. 맨발로 살다 맨발로 돌아가는 모든 것들은 평속(平俗)한 세파를 화엄적으로 견뎌내는 존재들이다. 길 위에서 태어나 평생토록 길 없는 길을 ‘맨발’로 걸어 다니다 길 위에서 열반에 든 부처가,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가섭을 위해 관 밖으로 내밀어 보여준 두 발에는 천 개의 바퀴살을 하나로 연결시킨 바퀴테와 바퀴통의 형상이 새겨있었다고 한다. 부처는 무량겁 지혜의 형상을, 그리고 죽고 사는 것이 하나라는 것을 제자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것이다.

‘바깥’에서 안으로 거두어들이는 이 맨발의 움직임은 적막하다. 어물전의 개조개가 무방비로 내놓았다가,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맨발을 거두어들이는 그 느린 속도에는 죽음이 묻어 있다. 무언가를 잃고 자신의 초라한 움막으로 되돌아와야 하는 ‘맨발’의, 적나라한, 온 궁리를 다한 뒤끝의 거둠이다. 탁발승의 벌거벗은 적멸이요, 개조개 속에 담긴 부처다. ‘조문’하듯 만져주는 시인의 손길 또한 애잔하다. 개조개가 슬쩍 내보인 맨발에서 천길 바다 밑을 걷고 또 걸었던 성스러운 걸인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난한 우리의 아버지들과, 그 범속(凡俗)한 빈궁 속에서 세계의 아득한 끝을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의 끈을 놓아버린 차디찬 맨발을 만져본 사람에게 이 시의 적막함은 유난하다.

인연이든 시간이든 기적이든 순력(巡歷)을 다했기에 ‘바깥’에서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부르튼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기에, ‘아-‘ 하고 우는 것들을 채워주었기에, 느리고 느리게 제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 다시 생각해도/ 나는/ 너무 먼/ 바깥까지 왔다”(〈바깥〉)!

<출처> 2008. 5. 1 / 조선일보

Be Glad

images-37

Be Glad

But let all who take refuge in you
be glad;
let them ever sing for joy.
Spread your protection over them,
that those who love your name
may rejoice in you.

For surely, O LORD,
you bless the righteous;
you surround them
with your favor as with a shield.
Psalm 5: 11-12

오직 주에게 피하는 자는
다 기뻐하며 주의 보호로 인하여
영영히 기뻐 외치며
주의 이름을 사랑하는 자들은
주를 즐거워하리이다

여호와여 주는 의인에게 복을 주시고
방패로 함 같이 은혜로
저를 호위하시리이다
시편 5: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