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이 먹고 싶었다
된서리
하얗게 내리친
가을날
죽은 처녀들
달밤에 나온다는
개티고개,
황톳길 넘어
막내고모
시집간 들길
따라
감 팔러
장에 가시는
할머니 느린
걸음
신나게
앞질러 가면서도
나는 감이 먹고
싶었다
거북당
께끼집 골목에
감 몇 덩이로 좌판을
벌여 놓고
한 나절을
쪼그리고 앉아
기다려도
할머니 감은
팔리지 않았다
옷고름 끝으로
한사코 콧물만
훔치시는
할머니,
바라만
보고 있기엔
따분해
약장수 말광대
구경을 하고
한참 만에
돌아왔을 때
좌판은
비어 있었다
할머니가
꼬옥 쥐어주신
돈을 들고
장 한 바퀴를
다 돌아봐도
나는 감이 먹고
싶었다
할머니 감보다
크고 잘생긴 감을 사
한입 베어 물고
나타났을 때
눈물을 뿌리며
혼내시던
할머니,
할머니는
빠른 걸음
나는 느린 걸음으로,
백 발짝 뒤에서
걸어왔다
삽다리 장은
퍽 먼 장이라고
생각했다
-김용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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