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없이 겨울 풍경 그리기

 아무 생각없이 겨울 풍경 그리기

눈이
내리니

나뭇
가지들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포물선을 그리며
휘어지다가

눈을 털고
일어나고
다시 눈을 털고
일어나고
한다

오후 내내
그 일을 단조롭게
반복한다

우리가 날마다
아침을 시작하고 또
시작하는 것과
같으다

이런 날
하늘은 지붕 가까이
내려와 멈추고

세상 길도
들녘에서 멈추고

세상 길도
들녘에서 모습을
지운다

나는
천근 무게로
눈꺼풀이 내려앉아
꿈속처럼 눈을
감는다

아이의
속뼈같이
여린 가지들이
사라지고

또다시
가지들이
떠올라 머나먼 마을에
차곡차곡
쌓인다

나는
사나운 짐승처럼
눈벌판을 마구
쏘다니고
싶지만

나는 결코
눈길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한다

눈은
나를 덮고
또 덮으며
종일 내려 쌓인다

-최하림-

좋은시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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