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고요한 밤
고요한
가을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내 영혼의
씀바귀 마른 잎에
바람이 스치는……
고요한
가을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내 육신의
높은 언덕
그 위에 서서
얄리얄리
보리 피리
불어주던……
고요한
가을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누구의 감는
갈피엔가
뉘우치며 되새기며
단풍잎 접어 넣는……
고요한
가을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낙엽보다 쓸쓸한
쓰르라미 울음소리
내 메마른 영혼의
가지에 붙어 우는……
고요한
가을밤에는
들리는 소리도 많다.
책상 위에
고요히
턱을 고이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어 버린
다 읽어 버린……
-글/김현승 시인-
(1913-1975)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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