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날

울고 싶은 날

남편 사업이 잘 안 되서
집을 줄여 가게 됐습니다.

내부가 너무 지저분해서
수리를 해야 했습니다.

돈을 아끼려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했지만
페인트칠은 전문가의
손이 필요했습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전에 전단지에 있는 곳에
전화를 했습니다.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견적이 나왔습니다.
아저씨 한 분이 오셔서
사장이라고 소개하고
자신이 직접 한다고 하며
미리 선금을 달라고 합니다.

미리 주면 오 만원을
깎아 준다는 바람에
어차피 줄 돈인데 싶어
선금을 주었습니다.

이삿짐을 대충 정리하고
이사 갈 빌라로 가 보았습니다.

하루 종일 페인트칠 하느라
힘드시겠구나 싶어
생수 2병과 냉장고에 수박을
먹기 좋게 잘라 담고
점심 값으로 돈 만원까지
준비해서 갔습니다.

그런데 아저씨가 안계셨습니다.
저녁까지 해야 한다고 했는데
점심식사 하러 가셨나?…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전화도 안 받고 오지도 않습니다.

일 한 걸 둘러보니
창문과 베란다 격자창 모두 눈에 보이는
앞부분만 칠하고 뒷부분은
하나도 칠하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제가 너무 바보 같아서
화가 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에게 얘기를 하니
남편이 어디론가 나갑니다.

화가 나서 식히려고 나갔나 싶다가
하도 안 들어 오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사 갈 집으로 가보았습니다.

남편이 아저씨가 두고 간 페인트로
안 된 뒷부분을 칠하고 있었습니다.

“그 아저씨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여보 나 소질 있나봐.
페인트칠하는 거 봐. 잘 하지?
점점 요령도 생겨”
남편은 저를 보고 웃습니다.
밤 12시가 넘어 페인트칠은 끝났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바람이 있어서 시원했습니다.
”여보 미안해요”
”뭐가?”
”나 바보 같지요?”
”그걸 이제 알았어?

당신이 바보니까
나랑 결혼한 거야. 종갓집 맏며느리.
거기다 돈도 없지.
의무만 잔뜩 있는 결혼을
겁없이 했으니 바보지.”

남편의 말에
공연히 웃음이 났습니다.
이상하게 사랑한다는
말로 들렸거든요.

남편이 제 손을 꼭 잡아 줍니다.
그날은 화가 나서. 가슴이 뭉클해서.
이래저래 울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옮긴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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