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식

봄의 소식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이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狂症)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와서
몸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글/신동엽(1930-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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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re Acceptable Sacrifice

The More Acceptable Sacrifice

To do
what is right
and just is

more
acceptable
to the LORD
than sacrifice.

Proverbs 21: 3

의와 공평을
행하는 것은

제사 드리는
것보다

여호와께서
기쁘게
여기시느니라

짐언 21: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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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

호주머니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글/윤동주-

갑북: 가뜩 이라는 의미의 평안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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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gifts to those who ask


Good gifts to those who ask

“Which of you,
if his son asks for bread,
will give him a stone?

Or if he asks for a fish,
will give him a snake?

If you, then,
though you are evil,
know how to give
good gifts to your children,

how much more
will your Father
in heaven
give good gifts
to those who ask him!

Mathew 7: 9-11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면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면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

마태복음 7: 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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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봄


아내의 봄

아내의 이름 끝 자는
맑을 숙(淑)

한자 모양이 예쁘고
어감도 참 좋다

그래서일까
나이 쉰을 훌쩍 넘고서도

여전히 영혼이 맑고
소녀같이 꽃을 사랑한다

같이 길을 걷다 꽃을 만나면
반갑다며 한참 들여다본다.

평소 화장을 하지 않는 아내가
봄이면 달라진다

열 개의 손톱
열 개의 발톱마다

연분홍 매니큐어
곱게 칠한다

너무 예쁘다
꼭 진달래꽃 같다

아내는 꽃의 영혼을
제 몸에 새기고 싶은가 보다.

-글/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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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결혼식

동생 결혼식

부모님 곁에서
하객을 맞이하는 내내

‘어쩌면 이 순간은
심판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오는 지,
얼마나 오는지에 따라,
어떻게 인생을 살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심판대.

물론,
하객이 많아야만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과 진정한 친구 몇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심판대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빠처럼.
————————————

아빠는 말도 할 줄 모르는
간난장이 일 때 엄마와 헤어졌다.

아빠를 길러주셨던 할머니는
돌아가신 지 오래였고,

아빠의 동생들도
연락이 닿지 않은 지 오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친형제가 아니기 때문에 라고 하자.)

엄마는 어디 가서 절대 이런 말
하지마라고 했는데, 나는 이제야 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지를 알 것도 같다.

아마, 그건
아빠가 지고 왔어야 할 심판대가
내게도 영향을 미칠까
두려웠던 탓일 것이다.

어쨌든
그 심판대를 갖게 된 건
아빠 탓은 아니었지만,
아빠의 삶 전체에
그리고 그 날 결혼식까지도
영향을 미쳤음은 확실한 일이었다.

식 전부터 많은 가족이
찾아온 엄마와 달리,
아빠는 언제쯤 가족이 올까.
누가 올까 계속 기다려야 했다.

아빠는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할까? 싶어
애처로운 마음이 들던 그때,
시부모님과 고모님이 오셨다.

———————————————–

그날 시부모님은
아이를 돌봐주셨던 것은 물론,
온갖 짐과 돈을 챙겨 맡아주시고,
모든 하객이 자리를 떠날 때까지
도와주시다가 밤늦게야 귀가하셨다.

하객으로 초대했는데,
너무 많은 일을 하셨기에
엄마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머님께 전화를 했다고 한다.

“정말 감사해요.
저라면 그렇게 못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남아서 그렇게 까지 해주셨어요.
너무 너무 죄송하고 감사해요“

엄마의 계속된 감사인사에 어머님은

“아휴, 사돈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운해요.
우리 이제 ‘가족’이잖아요
가족은 그런 거 당연한 거예요.“

그 날 엄마는
‘가족’이라는 단어에
울컥했다고 했다.

————————————–

사실,
내가 한 건 별로 없는데,
남편 덕에 너무 큰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가 가족이라는 건
아빠에게도 든든한 가족이 생긴 셈이니,
나도 잘 한 일이 있구나 싶어

감사하고,
또 다행이다.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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