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
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
미안하다.
비닐 우산이여
나의 우산은 팽팽하고
단단한 강철의 부리를
지니고 있어
비 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거니
이제는 걱정이 된다.
빗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행여
댓살 몇 개가 엉성하게
받치고 선
네 약한 푸른 살을
찢게 될까 두렵구나
나의 단단함이
가시가 되고
나의 팽팽함이 너를
주눅들게 한다면
차라리 이 우산을
접어 두겠다.
몸이 젖으면 어떠랴
만물이 눅눅한 슬픔에
녹고 있는데
빗발이 드세기로
우리의 살끼리
부대낌만 하랴
비를 나누어 맞는 기쁨,
젖은 어깨에 손을 얹어
따뜻한 체온이
되어줄 수도 있는
이 비 오는 날에
내 손에 들린 우산이
무겁기만 하다.
글/ 나희덕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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