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언젠가
펌프질 우물이
메워졌는지 알고
있는가.
나무곳간
바깥 벽
소나무 기둥
못에 걸려
비스듬한
물지게
죄 삭아버렸다.
양팔에 달았던
갈고리 손도
도망가 버렸다,
물지게
골 깊은 등허리에
지고
물통을 매달고
십자가 되어 걷던
사람.
흔들리던 물통은
길가에 물을 뿌리던
기구였다.
십자가 되어
함께 걷던
그가
지난봄에
죽은 걸 알고
있는가.
슬쩍
스치기만 해도
두 동강나 떨어질
뼈만
앙상히 발린
물지게
앉은뱅이.
남의
몸을 빌려
일어나 걸어온
죽은 소나무
귀신.
겨울
아침마다
보리밭 이랑으로
뒤뚱뒤뚱
걸어가던 십자가.
간신히
수평을 잡고
걸어가던
똥통을 매달았던
십자가.
-이윤학-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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