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귀업 할머니의 독백

정귀업 할머니의 독백

​52년,

삼팔선은
당신과 나의 몸을
갈라놓았지만

마음까진
가두지 못했다네

풋내기 숫처녀가
당신 품에서 옷고름
풀었던 밤,

그 밤을
끌어안고 반백년을
살았다네

빛 바랜
당신 사진
들여다보며

밤낮으로
당신을 불렀지만
바람도 구름도

당신 소식 한 장
물어다 주지
않았다네

사람들은
52년을 길다고
말하지만

지나고 나니
잠시 잠깐,

무심한 세월은
철조망을 넘나들며
당신과 내 삶에

주름살만 키웠다네

검은머리
파뿌리로 만나
허리춤에 노잣돈
쥐어주며

통일되면
다시 만나자고
손가락 걸었지만,

꺼지지 않는 불씨 하나

당신 없는 방 가운데
화롯불로 피워
놓고

남은 날은

당신이
내 가슴에 심은
情 하나씩 구워 먹으며
살라네

치마폭에 담아 온
눈물, 알알이
엮어

당신 목에 걸어 줄
그날 위해
살라네

신새벽 머리맡에
정한수 떠놓고

통일아ㅡ
내 사랑 데리고
어서, 어서
오라고

빌고 또 빌라네

-김옥진-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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