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속에서

일월 속에서

산은 항상
말이 없고

강은
골짜기에
갈수록

소리내어
흐른다.

이 두 다른 갈래가
그러나 조화를
이루어

얼굴이
다르지만

화목한
영위(營爲)로
나가고 있음을
본다.

세상이
생기고부터
짜증도 안내고
그런다.

이 가을
햇빛 속에서
단풍 빛으로 물든
산은

높이 솟아
이마가 한결
빛나고

강물은
이리저리 몸을
뒤틀며

반짝이는
노릇만으로

그들의 존재를
없는 듯이
알리나니

이 천편일률로

똑같은
쳇바퀴 같은
되풀이의 일월(日月)
속에서

그러나
언제나 새로움을
열고 있는

이 비밀을 못 캔 채

나는 드디어
나이 오십을 넘겼다.

-박재삼 시인-
(1933-1997)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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