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대
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다.
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았다.
다만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질이나 해댈뿐,
뭐 하고 사니,
산책은 나의 종교,
하품은 나의
기도문,
귀의할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
공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었다,
평화로웠으나,
삼십대, 평화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이겠나,
비행운에
할퀴운 하늘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다,
내 속
어딘가에
고여 있는 하얀 피,
꿈속에,
니가 나타났다,
다음 날 꿈에도,
같은 자리에 니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너랑 닮은 새였다
(제발 날아가지 마),
삼십대,
다 자랐는데
왜 사나,
사랑은
여전히 오는가,
여전히 아픈가,
여전히 신열에
몸 들뜨나,
산책에서
돌아오면
이 텅 빈 방,
누군가
잠시 들러
침만 뱉고 떠나도,
한 계절
따뜻하리,
음악을 고르고,
차를 끓이고,
책장을 넘기고,
화분에 물을 주고,
이것을
아늑한 휴일이라
부른다면,
뭐, 그렇다 치자,
창밖,
가을비 내린다,
삼십대,
나 흐르는 빗물
오래오래
바라보며,
사는 둥, 마는 둥,
살아간다
.
.
.
-심보선-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