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이발소
팔십 년 묵은
감나무
아래
통나무
의자를 놓고
머리를 깎습니다.
이빨 빠진
기계가 지나간
뒤
더벅머리 깎이는
아이들의
머리는
뒷산에
떨어지는 알밤처럼
여물었습니다.
껄밤송이 같은
아이들이
주머니엔
알밤이 가득
땡감을
깨물면서
머리 깎으러
모여옵니다.
달은
매일 밤 통통
여물어 가고
내일은 추석.
감은
햇볕에 데어
붉었습니다.
밤은
기쁨에 겨워
가슴을 헤치고
여물었습니다.
노란
감나무잎
날리는 바람은
시원해 좋은데,
들지 않는 기계를
놀리느라고
아저씨 이마는
땀방울이 송알송알
열립니다.
깎은 아이
웃고,
깎는 아이
눈물 짜고,
내일은 추석.
오랜만에 부산한
산골 이발소엔
여무는
가을 하늘이
한아름
다가옵니다.
–이범노–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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