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꽃이 피었다
가칠봉
기슭의 펀치볼에
선혈 같은 감자꽃이
피었다
순교자의
흰피를 보았으니
며칠 있다
저 꽃이
지면
기적으로 생겨난
굵은 살점 같은
감자를 캘 수
있겠다
격전의
여름이 가기 전
물 한 모금 없는
사막이라
목이 메이도록
눈물의 감자밥을
먹을 수
있겠다
유월의
전쟁에서
뼈도 찾지 못한
목숨들이
많아
감자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땅밑에
부둥켜 안고
함께 드러 누워버린
생이여
팔을 뻗어
가까스로 손 닿고
이름을 부르고
간 명이여
이 산하 곳곳이
폭탄 맞아 움푹 패인
감자를 닮았다
저
감자꽃이
순교의 종교가
아니라면
무엇
이랴
성전의 경구가
아니라면
무엇
이랴
주검 대신 얻은
저 핵의 알갱이
희생으로
일궈낸 저 골수
모난데 없이
둥글다
삶을
다 토해낸 인생이
감자꽃으로
피었다
흰옷 수의로
갈아입고
관 열어 젖힌
세상을
보았다.
-글/김 종제 시인-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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