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심보선-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복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청춘이라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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