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image

청춘

-심보선-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복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청춘이라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